도쿄일상

도쿄에서 쓰는 일기_2024.11.14 목요일

수로그 365 2024. 11.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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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쓰는 일기.. 오늘도 일기를 쓴다. 

아침에 8시에 침대에서 이불킥하고 나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요요기공원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이제 모닝런을 한 지도 약 3주째.. 확실히 몸의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긍정적인 몸과 정신적 변화에 대해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나를 달리게 해준 요요기공원이 너무나도 좋다. 이사가면 이런 큰 공원 없는데 거기서는 또 어떻게 할런지 ..

이건 최근에 끓였던 오징어명란콩나물국 ㅎㅎ 최근들어서 탕에 들어있는 명란이 너무나도 맛있어서 자주 해먹고 있다 ! 

비쥬얼은 좀 그렇지만, 밥에 올려먹으면 진짜 밥도둑이 따로 없음 .. 근데 한국에서는 명란젓을 사먹은지 너무나도 오래되서 잘 모르겠는데,

일본 마트에서 파는 명란젓은 뭔가 엄청 작다. 영국 한인마트에서 파는 건 나름 좀 통통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맛나다 ~!

 

11월 14일은 한국에서 수능을 치르는 날이다. 나는 수능을 정말 오래 전에 봤는데, 그리고 그 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서 수능날이라는 것 조차 까먹고 살았다. 지금은 시간이 많다보니 나의 수능날은 어땠는지,, 어떤 고등학교로 시험 장소 배정을 받았는 지,, 도시락은 뭘 먹었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 지,, 시험 끝나고 뭘했는 지 등등 떠올려보게 된다.

난 수능을 보고나서 시험 결과가 마냥 나쁘지도 엄청 좋지도 않았던 것 같다. 2등급이 나왔긴했나..3등급이 몇 개 나왔었나

암튼 그 동안의 학교시절의 종점으로 치루는 대시험이다. 시험을 잘쳐야 정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난 그래도 원하는 대학 & 학과로 턱걸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때는 마냥 수능만 치고 대학만 들어갈 수 있으면 끝인 줄 알았다.

돌아보니 아니였다. 수능치고 대학 잘 들어가면, 그 다음에는 대학교에서 또 다른 얘들과 경쟁을해서 좋은 학점을 받아야했고

대학 4년 후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을 얻기위해 대외활동을 해야했다. 상을 받고 어학연수로 언어경쟁력을 키우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에 덩그러니 나오게 된다.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또 다시 또래들과 이력서, 면접 경쟁을 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직장에 취직하면 다인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 여기서 새로운 챌린지를 마주하게 된다.

4년 대학교 공부하며 취직준비해서 들어간 직장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막내로서 휴가도 눈치보며 써야한다. 또 이 길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맞았을 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의문점을 던지고 내면의 줄다리기를 한다. 

수능 - 대학교 - 취업 - 승진 

삶을 산다는 건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밟고 끊임없는 올라가야하는 경쟁의 연속이다.

 

32살의 지금, 여태껏 위 과정들을 모두 거친 나는 그래도 조금은 이 과정들을 편한 마음으로 관망하게 된다.

대학교를 휴학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해서 여태껏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조금은 치열하게 살았던 나

경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산다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고되고 힘들다. 

하지만, 흔히 사회에서 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는데로 따라가고 살면 그래도 나중에 덜 힘들 수 있는 건 맞다.

 

지금 힘들고 나중에 편하게 살 것이냐 vs 지금 좀 덜 고생하고 편하고 나중에 힘들게 살 것이냐

 

이 점이 핵심 포인트인 것 같다. 젊을 때 고생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좀 더 체력이 받쳐줄 때, 머리가 잘 돌아갈 때, 실패하더라도 잃을 게 없을 때, 고생하는만큼 보상이 따라올 때

이 때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맞는 듯 하다. 

나이가 들어서 젊은 시절에 하지 않았던 걸 하려고 하면, 몸도 더 힘들뿐더러 남들은 좀 더 느린 템포로 쉬어갈 때

난 훨씬 더 못난 체력으로 뛰어야하기 때문이다. 

 

한 과정 과정이 쉽지 않고 순간순간이 자신과의 싸움이고 겪어나가는 과정이지만,

삶이 그렇듯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값진 보상이 있던가. 

대충살면 내 미래도 대충인거다. 

 

나라고 뭐 대단히 이룬 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32살에 도쿄에서 무직생활 두 달을 넘어가고 있는 한 사람이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알며, 지금 이 시간들을 그래도 좀 더 느끼며 살며

나중에 되서 무언가 그 때 이거는 해냈다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내 생활을 더 편하게 만들어줄 걸 아니까

 

수능을 치르고 있는 전국 고등학생들은 지금 시험지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꿈꿔왔던 대학교에 들어가는 순간을 꿈꾸며 눈에 불을 켜고 

너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하고 있을 순간이다. 

이 과정도 나중에 뒤 돌아보면 그땐 그랬지 할테다.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만큼 남부러울 게 없을 시점.

그 나이에 가장 이상적인 걸 해내는 건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

모든 순간이 힘든 거 맞다. 하지만, 이런 매 순간 순간과 싸워서 얻은 결과가

하나씩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그게 삶의 뿌리가 된다. 

 

나는 지금도 매 순간들과 싸우고 있는 나의 내면과 부딪히고 있고,

시간이 그냥 흘러가버리고 아무런 결과물이 없을까봐 조금은 두렵다.

30대 초반으로서 그래도 잘 해내겠지, 난 몸도 정신도 건강하니까 

뭐든 하면 일뤄낼 수 있을꺼야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글을 적으며 계속 떠오르는 거지만,

여지껏 사회인이되서 살아오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어엿한 어른으로서, 내가 정말 열정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그런 걸 

찾지 못했다는 점이 좀 실망스럽다.

성공의 기준이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좋은 집, 좋은 차..

너무 이쪽으로만 치우져 있다보니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모든 학생이 일륙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성장을 강요받는 것 같다.

오히려 발굴할 수 있는 재능도 다 뭍혀버리는 건 아닐까,

다른 재능, 내가 가진 특유의 장점으로도 빛을 발휘해 잘 갖춰나갈 수 있는데

뭔가 그런 것들은 주장되지 못한거나 발굴될 기회가 없는대로

사회에서 원하는대로만 키워지고 가꾸어지는 건 아닌지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거 하나쯤은 있다는데, 그걸 발견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 지

뭐든 하나에 미치면 성공한다고 한다. 나는 그 미칠만한 걸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나도 무언가 하나에 미치고 싶다.

성인이 된 지금, 무직자로 나만의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 지금,

솔직히 뭘 해야 시간을 잘 보냈다고 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지만 뭘해야 나중의 내가 더 행복할까 

쉼 없이 계속 달려온 사람에게 쉼을 주니 어떻게하면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건지

아리쏭하다. 

 

일기라고 쓰고 넉두리식으로 주절주절 오늘도 적어봤다.

텅빈 마음에 그래도 글을 써내려가니 마음이 좀 더 편안하다.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렇지만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후회를 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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