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거의 9년째 살다가 30대 초반에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일본은 인생 통틀어 두번째로 온다. 한국에 살 때는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솔직히 일본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없었다. 일본은 한국이랑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라 크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영국에서 일본으로 오게된 과정에 대해 살짝 적어봐야겠다. 결론적으로 남편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온 1인이다 ㅋㅋㅋ
영국에서의 생활
영국으로 제일 처음 워홀비자로 가서 지금의 영국인 남편을 만났고, 어쩌다보니 8년넘게 직장생활하면서 집도 마련하고, 차도 마련하고 그리고 영국 영주권도 취득했다. 오래살다보니 생활이 정말 안정되었고, 모든 게 편했다. 직장은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다녀봤다. 집은 런던 zone2에 있어서 런던 중심가까지 정말 가까웠지만 초반 생활만큼 자주 가진 않았고 차로 옥스퍼드, 캠브릿지 등을 다니며 런던 외곽을 다니며 주말을 보내곤 했다. 그리고 가끔 시댁에 내려가 패밀리타임을 보내곤 했다. 20대 초중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포함하면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그래서 정말 직장을 다니는 게 몸에 베여서 직장을 관두면 이상할 것 같으면서도 후련할 것 같았다.
일본으로 오기로 결정한 이유
일본으로 오기로 한 건 남편의 결정이 거의 8할을 차지할 만큼 남편의 결정을 존중한거라고 보면 된다. 나의 경우 유럽에서 오래 살면서 내가 살고 싶은 환경에서 나의 삶을 키워왔지만, 남편의 경우 나름 자랑할만한 커리어를 이끌어가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 동아시아 국가에서 한 번만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최근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 온 버킷리스트였다. 종종 일본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은 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현실 vs 이상의 느낌도 있고, 지구 정반대편으로 모든 편리함, 편안한 생활을 접고 간다는 건 사실 정말 큰 결정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 5일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였고, 집과 회사의 분리가 없는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더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재택근무는 남들 눈에는 정말 부러운 거지만 집에서만 계속 있는 사람에겐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5시 퇴근시간 후에 산책을 가거나 집을 나갔다 올 수 있지만 똑같은 환경에 있는 거다보니 좀 동요된 마음이 있었던 듯 하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다보니 한국에도 국제취업을 위해 지원을 하기도하고, 면접을 보기도 봤다. 하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한국이 아닌 영국에 있기도 하고, 영국에서 남편이 하는 직종이 한국에서는 또 너무 이미 경쟁이 심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에도 여러 회사에 지원했고 몇몇 회사와 면접을 봤다. 어떤 회사에서는 지금 당장 남편 직무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답변을 주기도 했고, 지금의 일본 회사에서는 여러 차례의 면접을 거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일본의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영국의 임금 수준과 차이가 좀 나는 점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망설임보다 아시아국가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직장에 한 달 노티스를 주고 관두고, 남편은 세 달 노티스를 줬다. 노티스를 준동안 비자가 진행되고 있었고, 비자가 실패하면 다시 런던에 다른 직장을 구해야하는데,,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을 많이 따지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다투기도 했다. 남편의 노티스 세 달이 끝나기 이 주 전, 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30중반의 나이에서 지금 아니면 늙어서 후회를 할꺼고, 늦으면 정말 이런 기회는 잡기가 힘들꺼다..라는 생각에 남편의 초이스에 손을 들어주었고 지지해주었다.
일본에 대한 생각
일본에서 두 달 정도 살아온 시점. 일본 오사카 다음 두번째 방문에 도쿄에 눌러 살게된 1인.
사실 나의 영국 직장에서 일본에 오래 산 남편을 둔 동료가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미리 듣기도 했다. 일본은 정말 말그대로 구식 ? 모든게 느리다고 했고, 옛 방식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일본어를 해야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모든 게 맞았다. 현재까지 몇 달이 지난 지금 비자가 아직 안나왔다. 그리고 행정 시스템이 느린 점도 몸소 겪고 있다.
일본은 자국시장을 살리자는 주의라 내수시장이 정말 강하다. 마트만 가도 정말 느껴진다. 외국 브랜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음식도 일본 방식으로 승화해서 가판대에 올린다.
외국인으로서 오래살 생각을 안하고 왔지만, 오니 더 오래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음식이 정말 맛있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질서정연하다. 모든 게 정말 세밀하고 치밀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10년 이상한 사람이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일본에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사려니 갑자기 뭘 해야할 지 모르겠고, 정말 내가 행복한 가하는 우울감이 한 달 정도 찾아왔던 것 같다. 여행비자로 있는 시점으로서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리고 일본어를 못해서 소통이 안된다. 그래서 가족비자가 나오더라도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남편의 경우 영국에서 가졌던 직무와 비슷한 직무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리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면이 걸림돌이다. 엄청 안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외국인 두 명이서 도쿄에 1년을 사는 것을 목표로 왔다보니, 일단 집을 구하는 것부터 한계가 있다. 우리 같은 경우 풀옵션이여야하고, 위치가 좋아야하고, 최근에 지어진 집이여하고.. 등 밸류를 원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들을 상대로하는 비싼 집에 렌트를 할 수 밖에 없고, 집 값 비싼 도쿄에서 나름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여유롭지가 않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다른 것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남편은 일본에 두 달 넘게 산 시점에서 말하는말로 일본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그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실제로 일본 현지인 속에 뭍혀서 살아보니 현실이 자각된다고 한다. (물론 영국에 있을 때 일본에 자주 여행을 왔고, 그 때는 여행자였기 때문에 모든 게 좋았던 것 같다) 누구나 말하듯, 여행과 실제로 그 속에 살아가는 건 전혀 다르다. 영국 밖에서 어릴 적 이외에 살아본 적 없는 남편에겐 이 말이 귀에 안들어왔을 것 같기도 하다. 런던에서 주 5일 재택하며 경제적으로 큰 부족함 없는 삶을 살다가, 일본에서 매일 지하철을 타며 출퇴근하는 삶에 벌써 지친 기색이 있다. 말그대로 현타가 온 것 같다. 그래도 긍적적인 성격이라 1년의 도쿄생활에 끈을 놓지 않을 듯 하다.
일본 좋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24시간이 나만의 시간이다.
일본 싫다. 나의 노멀했던 삶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런던 내 집이 너무나도 그립다. 런던에서 차끌고 훌쩍 주말여행을 가던 시절도 그립다.
일본에서의 생활(두달째)
일본에서 미취업자인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 매일 아침마다 요요기공원에 가서 30분이상 달리기 + 걷기를 한다.
매일 집주변 ok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는다.
시간이 날 때 블로그를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유튜브를 틀어 놓기도 하고, 사실 크게 하는 건 없다.
초반엔 제빵에 맛을 봐서 소금빵, 휘낭시에, 마들렌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8월 28일에 제일 처음 도쿄에 와서 11월 8일인 오늘. 일본에서 첫 달 중간 ~ 두번째 달 중간은 우울감으로 좀 보냈던 것 같다. 런던이 너무 그립고 편했던 둥지를 박차고 온 현실에 좀 슬프고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에 우울했다.
지금은 체념을 했달까. 확실히 내려 놓으니 마음이 편하다. 너무 "난 이걸 해야해, 저걸 해야해, 시간은 가고 있어, 뒤쳐지기 싫어"이런 생각을 내려 놓으니 한결 속이 나아졌다. 나를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난 항상 무언가를 이루어내야해라고 하는 집념이 있었기 때문.
일본은 여행자로는 오케이지만, 일본에 정착하러 온다고 하면 롱런으로는 괜찮을 지는 모르겠지만 단기로는 좀 빡세다는 생각이다.
나의 행복감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직도 영국 생활이 더 행복했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한국이랑 가까워서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 자체로보면 외국생활이 정말 잘 맞기는 하지만, 적어도 소통이 되고 언어가 되는 국가에 나두어야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일본어 배울 수 있는데, 일본에 사는데 이 나라 언어에 큰 애정이 안생긴다..
지금 런던집은 렌트를 돌린 상황이고 세입자가 살고 있다. 부동산에도 관리비를 내고 있다. 그래서 런던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남편도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1년은 다니자는 주의이다.
사실 지금 시부야 집에서 이렇게 블로그를 적으며 있는 시점에서,
시부야 중심가에 나가서 이것저것 보며 돌아다니며 느낄 수 있는 행복보다,
런던 옥스포드 거리를 마냥 걷고 트라팔가 광장에서 하염없이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렇다.
일본에 여행으로와서 예쁜 걸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남편의 결정을 존중하고 남편도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했으면하는 바람이 지켜졌기 때문에
이걸로 만족이다. 런던은 내년 9월에 돌아갈 예정이다. 그 때까지 마음 다잡으며 내게 주어진 무한정한 자유시간을 최대한 즐겨야겠다.
부모님이 우리가 일본 오기전에 우리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역마살기가 있고 이동수가 있다고 했다한다. 이런 걸 보면 진짜
너무 신기하다. 사람은 팔자가 정해져있나 ?!
사람일은 알다가도 모른다지만 점쟁이는 아는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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